나는 이제까지 그를 5번 만날 수 있었다.

연상호는 1978년생이다. 

5. 부산행 TRAIN TO BUSAN (2016) : 서울역에는 호남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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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저자세일까? song님의 말씀대로 애니메이션의 흥행 부진을 실사영화로 갚음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 <돼지의 왕>, <사이비>는 평단의 호명에도 불구하고 2만명 전후의 흥행을 기록한 바 있다.)

게다가, 좀비물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다는 것은 장르의 특성상 존재론적 쾌감을 부정하는 위험한 행위다.

어느 누가 좀비의 치아와 혈액, 습격의 피학감과 무뇌아적 집단주의의 사실성을 거부할 수 있으랴.

물론, 연상호는 본편의 전사 前史로서 <서울역>을 부천영화제 폐막작으로 제작했으니 반론 가능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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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 <돼지의 왕>, <창>, <사이비>에서 서사의 활력을 놓치지 않았던 감독의 손길을 감안하자면

본편은 노골적으로 지금 나는 너희들의 눈높이로 하향하여 필름을 돌리고 있음을 드러내는 저열함이 선명하다.

가령, 좀비 무리의 이목을 들리는 데 사용되는 '오 필승 코리아' 핸드폰 음악과 상화(마동석 역)가 선택하고

일행이 사용하는 곤봉과 방패, 야구방망이 등의 시위집압용 장비 등은 좀비 무리의 정체성을 균일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순간마다 다른 인상으로 독자들의 맥락에 좀비를 주입시킨다. 즉, 장르의 기초 공사인 좀비의 정체성이 모호하다.

​좀비 계보물과 봉준호의 작품들을 본편과 연결시키는 방법론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과연 그것이 타당한

독해의 방식인지는 의문스럽다. 가령, <괴물>과 <설국열차>에서 가족과 계급을 추출하고 본편에 단순 적용시키는 것은

즉각적인 장애에 가로막힌다. <괴물>의 가족은 구성원이 소멸되거나 흩어진 이후 염색한 머리결에서 묻어난 대안성이라면

본편에서는 의도적으로 과연 너희들의 가족은 무엇인가를 반문하기 위해 신파와 플래쉬백을 교차시키면서 조롱한다.

시종일관 석우와 상화의 가족주의는 동료 의식을 넘어 공동체 담론으로 외연을 확장하지 않음을 명확히 하는데,

이를 확증하기 위해 화장실 내 상화의 농담과 결말부 석우의 과거 회상 신파성이 배치 소비되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한국 영화 안에서 가족주의는 언제나 신파와 근접 조우하고 등식화되었음을 인지하지 못할 리 없는 감독의 재주입은

좀비 영화 서사 장르 안에서 과격하게 항시 파괴되었던 선배들의 사회학적 교훈을 무시하면서까지 관객으로 하여금

장르를 한순간에 무색하게 만드는 과잉으로서 작용한다는 점을 철저하게 노출시킨다. 어쩌면 이는 당대 관객의 시선에

대한 문제 제기라기보다 한국 영화 안에서의 가족주의 문제에 대한 좀비 재난 장르로서의 정공법이 아닌지 의심하게한다.

이 지점은 기이하게도 현재 폭발적으로 각종 커뮤니티를 휩쓸고 있는 메갈리아 논쟁과도 잇닿아있다.

( 우스개를 더하자면 연상호에게 유명세를 안긴 <돼지의 왕>과 최근 교육부 공무원의 망언은 우연하게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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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리아-티셔츠 구입-넥슨 해고-웹툰 작가 지지-정의당 탈퇴로 이어지는 일련의 상황 하에서 페미니즘은 다시한번

지금 여기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비할 기회를 맞이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본편은 이에 대해서 이중적으로 작용한다.

페미니즘과 가족주의라는 화두는 단순히 결혼 유무라는 여성 정체성의 전환뿐 아니라 계급, 지역, 종교 등과 중첩되어있음을

재확인시키는 지점에서 논의된다면 본편에서 여성들의 자리는 이중적으로 기이하다. song님의 지적을 옮기자면

본편의 여성들 중 누구도 악하지 않은데, 그나마 여성들에 의해 희생되는 주요 인물은 야구부 선수 영국(최우식 역)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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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계보학과 장르의 도식에서 뒤집어 말하자면, 조지 로메로의 원작 이후로 가족은 오히려 좀비로 인해 배반되고 폭로된다.

그같은 맥락에서 본편에서 상화가 좀비가 된 이후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우석이 기차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은

혈연 가족주의 자체를 유지한다는 것에 대한 집착은 좀비 장르의 법칙과 어긋나면서까지 본편을 고립시킴으로서 은근히

전술한 바처럼 신파 내부에서 여전히 가족주의 자체를 희롱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 안에서 여성들만 살아남는데, 심지어는

임산부 성경(정유미 역)의 태아는 딸이며, 집단 이기주의에 징벌을 내리는 행위 역시 할머니 자매 중 여동생의 선택이다.

본편에서 가족주의란 무엇인가에 대답은 이와 같다. 여성들은 언제나 옳으면서 그들은 최후에 살아남는 존재라면

그 반대편에서 남성은 여성에 의해 희생되거나(영국의 경우), 석우과 상화처럼 가족을 위해 좀비 이후에도 자신을 희생해야한다.

극 중반에 임산부 성경과 수안, 할머니 등이 중간 칸 화장실에 갇히는 에피소드는 이같은 맥락의 정점을 이룬다. 더 나아가자면, 본편의 일종의 방점이나 물음표인 노숙자(최귀화 역) 남성이 성경과 수안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결말부도 포함시킬 수 있다.

이로부터 영화 중반에 이미 여성은 보호받고 남성은 구조해야할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이 결정되는 것은 당혹스럽다.

덧붙이자면 본편의 남성들은 어딘가 결핍되고 부정적인 존재들이다. 펀드 매니저 석우의 경우는 바이러스 제공원인자 중

한명이자 이혼 상태이며 딸에게 관심이 부족하며 좀비 등장 이후 첫 상황에서 상화 부부 앞을 가로막는 비인간성을 보이고

상화 역시 부인 성경 앞에서와는 달리 거친 성격과 입담을 드러내는 남성이며 야구선수 영국은 응원단 진희(안소희 역)의

고백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여기에 천리마 고속 상무 용석(김의성 역)과 열차 승무원 등은 첨언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사실상 무성에 가까운 노숙자를 제외한다면 특이하게 돌출된 유일한 남성은 기장(정석용 역)인데, 그는 승객들과 직접적인

접촉이 없으면서도 자신의 직업적 윤리에 충실, 반 半/반 反 세월호적인 캐릭터로서 새로운 열차를 가동시키는 예외적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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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이분법적이고 불구적인 성 정체성 부여는 과연 누구를 위한 노골적인 저열함인지 반문할 필요가 있다. song님의

의견대로 단순히 드라마와 장르적 쾌감을 위해 무뇌적인 신파성을 가감한 것에 불과하다면 그것은 관객 모독일 수 있다.​​

결핍된 남성들의 희생 하에서 여성들이 생존한다라는 전복적인 결과물은 과연 페미니즘에 어떤 질문을 하고 있는가?

이는 국가에 의한 갈등 생성 요인인 군 복무 문제를 비스듬히 연상시키면서 가족주의 하에서 가부장제의 억압을 배제하고

스필버그의 <우주 전쟁>하에서의 '아버지와의' 귀환이라는 낙천성마저 소멸시키는 중의적인 선택 위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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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더 과잉된 관점을 취해서 대답에 혼란을 가중시켜보자. 어쩌면 이야말로 본편의 신파성에 대한 적정한 응대일 수 있다.

엔딩의 불편함. 흔히 말하는 음란마귀적인 시야일 수 있겠지만, 임산부 여성과 소녀의 귀환이 컴컴한 터널 속에서의 귀환을

맞이하는 것은 남성 군대원들이다. 이는 부산이 초기 방어에 성공한 것에서 시민보다는 군대의 역할을 드러낸 것이라해도

그들이 임산부를 사격하지 않고 '생존자다'라고 하며 뛰쳐나가는 것은 흔히 좀비 장르의 세계관 중 하나인 이곳과 저곳이

모두 지옥이라는 도식을 폐기한다해도 모두가 총 든 남성 군대원이라는 점은 내내 마음에 걸린다. 왜 군부대가 아닌

시민과의 연합 혹은 여성 간호 장교​ 한 명이 그 속에 보이지 않는가라는 질문은 더욱더 본편의 페미니즘적 좌표를 옹색하게한다.

( 적어도 본편에 한정해서라면 최초의 전염 유포자가 '가출 소녀'로 명명되는 것 역시 중의적인 도발임을 추가할 수 있겠다.)

물론, 이것은 연출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이와 관련하여 서두에 말했듯이 본편을 <설국열차>의 계급 혁명의

불구성 담론 맥락 하에서 독해하는 것의 위험성은 정작 KTX 안에서 계급성 자체를 대두시키는 것이 어색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0.0001%가 배제된 시키는대로 하는 이들의 가난한 교통 수단 안에서 특별석과 일반석이라는 가름에서 계급을

추출하는 것은 빈곤하다. 이는 천리마 고속 상무라는 직책이 더해진다해도 동영상 속 헬리곱터에 매달린 좀비 장면에서

배반된다. 초반부에서 제기했던 좀비의 정체성 문제는 태생이 대기업과 금융 자본의 전횡이라 한다해도 이후 애국뽕과

시위 집단과의 유사성, 군 부대 좀비 등으로 인해서 하나의 동일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목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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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본편의 가장 중요한 성과이자 좀비 장르의 이탈을 언급할 필요가 있겠다. 좀비 장르에서 일정 지점이 지나면

좀비 무리는 그저 가학/피학의 대상으로 지정될 뿐이라면, 이를 위해서 필수적인 좀비의 재죽음이고 사망의 장치다.

장르의 계보에서 좀비는 오직 두뇌가 관통됨으로서 소거된다면 본편에서는 기이하게도 이같은 방식을 드러내지 않는다.

즉, 좀비는 다시 죽지 않는것만 같다. 상화의 완력을 비롯한 방패, 곤봉, 방망이를 동원함에도 영화는 좀비의 제거 맥락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서 왠지 그들을 전염 상태로만 보존하면서 죽음과 삶 사이에 그대로 놓여지기를 원하는 것만 같다.

​엔딩에서 부산 군부대 초소 앞의 상황이나 낙동강 근처의 상황에 와서야 좀비들의 최후는 확인되지만 방식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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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방식을 삭제함으로서 도출되는 결론은 좀비의 정체성을 동일체로 부여하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는 것일 수 있다.

하나로 지정될 수 없는 좀비 무리들에게 어떤 부활과 치유의 가능성을 부여하지도, 그들을 죽일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하지

않을 때  진정으로 좀비는 좀비화되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들은 그야말로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는 존재로서

어떠한 이데올로기적 투망에도 걸리지 않는 철저히 대상화된 존재가 됨으로서 장르 자체를 좀비화해버린 것이다.

그나마 갸날프게 제기될 수 있는 유일한 시사성은 제목으로부터 도출된다. '부산행' 목적으로서의 행을 버리고

'부산'이라는 지정학적 위치만을 취하자. 도대체 왜 부산이어야하는가라는 질문은 왜 부산만 안전한가로 이어진다.

아시다시피 서울역에는 오직 경부선만 운행된다. 그러므로 본편은 결코 광주행, 여수행 등등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본편의 프리퀄 제목이 '인천국제공항'이 아니라 '서울역'이라는 다소 국내적인 제한인 것과도 관련된다.

song님의 전언을 따르자면, 천리마 고속 상무는 부산 거주자이며 그에게 동조된 승객 중 1인은 부산 사투리를 말했다.

즉, 생존을 앞둔 집단 이기주의의 시발점은 다름 아닌 부산임에도 불구하고 본편은 부산행을 명명했다. 게다가,

임산부와 소녀 수안은 기차에서 내려 부산이 아닌 농촌으로 향할 수도 있었음에도 굳이 제목 그대로를 행한다.

이것이 지극히 현실 정치적인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집단 이기주의의 시발점이면서

한편으로 국토 내에서 유일한 안전처( 흥미로운 것은 호남선 쪽의 상황은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인

부산에 대해서 이것이 현 정권과 미래 권력과의 사이에서 모호한 태생적 줄타기를 한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실제로 기차가 부산역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낙동강 근처 변두리 터널 앞에 정차했다는 점은 김해를 연상시킨다.

즉, 제목과는 다르게 기차는 부산역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 근방의 어느 경계 초소에서 멈추었음을 기억하자.

이제 결론, 영화 전체의 저열하고 유치한 얼개들이 흥행 상의 문제든 영화 전략적인 선택이든 간에

적어도 본편에서 좀비는 죽일 수 없는 방법이 보여지지 않고 '부산행'은 광주도 부산역도 아닌 곳에서 정차된다.

감독의 전작들 <돼지의 왕>, <창>, <사이비>에서도 드러났던 대중에 대한 불신을 상기하자면 본편의 좀비들은

적어도 죽음의 안정조차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영원히 저주받은 각종 이데올로기의 저급한 복합체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결론은 프리퀼 <서울역>에서 바이러스의 시작을 목도하기 전에는 단정할 수 없기에 독자의 이번 탑승은

페미니즘에 대한 의외의 도발이자 가족주의에 대한 조롱 하에서 불완전한 목적지 미도착에서 마감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왜 광주가 아닌 부산인지, 초기대응으로 해방구가 될 권능에 대해서 질문해야하만한다.  

만일 당신이 그것이 궁금하지 않다면 그냥 <오! 필승 코리아>를 듣고 방패로 진압당하며 죽지 못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부산행>은 계급을 기대했던 이들에게 의외의 가부장 희생의 가족주의의 황망한 선물세트를 중복 선물하고

광주의 표심에 대해서 의아함을 가진 이들에게는 여전히 특혜받는 부산이라는 지정학적 정치를 들먹이는 탈선극이다.